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영화] 똑똑똑, Knock at the cabin, M. 나이트 샤말란
    영화 2023. 2. 7. 12:15

    반전 영화의 대명사, "식스센스"로 초대박을 터트리고, 20대 후반에 이미 천재감독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샤말란 감독 (M. Night Shyamalan)
    큰 성공 후, 기대감이 높은 탓이었을까. 그 후 그의 작품들은 혹평을 받았고, "23 아이덴티티" 등 두 세개 작품을 제외하고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다.

    평생을 받쳐도 자기가 속한 예술 분야에서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 작품을 하나 남기는 것, 그 자체도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의 실패가 대수롭지 않다. 모든 작품이 최고라 평가받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희망 사항이다. 그는 이미 한 번일지라도 좋은 작품을 만들었고, 그 후 작업은 덤에 가깝다. 2~3년마다 작품을 꾸준히 내놓으므로 앞으로도 기대해 볼만하다.

    그리고, 영화, 뮤지컬, 음식, 여행, 어떤 경험이든 최대로 즐길수 있는 팁 하나.
    기대감을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SNS에 정보가 넘쳐나지만, 덜 노출되어 최대한 무방비 상태를 유지하는 것. 예고편도 안보고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영화관에 들어간다.
    물론, 함정이 있다. 티켓에 적힌 영화 상영시간이 되면, 그 후 최소 20분동안은 비슷한 장르에 속하는 영화들의 예고편이 나온다. 지금 영화는 예고편을 안봤을지는 몰라도 다른 영화들 예고편에 노출되는 현실.

    내가 관람을 위해 찾은 곳은 Regal 영화관 Union Square지점(뉴욕 맨하튼). 큰 상영관은 아니지만, 자주 찾는 곳이다. 아쉽게도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오면, 샤말란 감독의 2023년작 영화 "똑똑똑, Knock at the cabin"은 Paul G. Tremblay의 소설 "세상끝의 오두막, The Cabin at the End of the World"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일반적인 공포, 스릴러 영화 형식이다.
    30대의 앤드류와 에릭, 그리고 그들에게 입양된 사랑스러운 딸. 이렇게 두 아빠와 딸은 휴가를 보내러 숲속의 산장을 찾는다. 그리고 네명의 낯선 사람들이 산장으로 찾아오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급격히 공포물로 전환된다. (여기까지는 예고편에 나오는 설정)

    네명의 침입자는 무장을 하고, 폭력을 쓰지만 정중하다. 머릿 속에 기대한 강도들과는 다르게,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에서 왔으며, 선량해보이는 가족에게 무엇을 요구하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영화 중반에 접어들자, 샤말란 감독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가까워지는 지구의 종말 앞에서, 너는 정말 무고한가. 다른 이의 가족 구성원이 희생되더라도, 너의 가족만 무탈하다면 너는 행복할 것인가. 뉴스는 거짓이고, 과장이라 부정하고, 세상의 불행은 너의 가족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고 믿는가. 

    영화를 보는 중에, 최근 본 JTBC "신년대기획 세 개의 전쟁"이 떠오른다. 다큐의 소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고, 대만이 있으며, 그리고 그 여파를 고스란히 흡수할 한국과 북한.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벌어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전쟁은 에너지가 부족한 유럽국가들의 탈석탄 정책을 거꾸로돌려놨고, 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논점들이 기후변화라는 최종화두를 향해 모인다.

    하나의 시그널, 영구동토층. 명칭처럼 사계절 내내 얼어있는 땅.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후변화로 얼어있는 땅이 녹고 있다. 가장 일차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지반이 불안정해지면서, 기존의 도로, 주택, 심지어 군사 시설 및 도시 기반 시설이 붕괴되는 것.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사고들은 아직 시작일 뿐이다. 과학자들은 다음 세기를 기대하지 못할꺼라고 인류에게 경고한다.

    당장 오늘 아침의 일이 아닌, 먼 미래에 벌어질 일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눈 앞에 일어나고 있다. 여러 재해들이 반복되고 있다. 더이상 뉴스를 보지 않으며, 어떤이는 과학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 집 앞에서 벌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괜찮은가. 우리동네에 벌어졌지만, 우리가족은 무탈해서 괜찮은가.

    영화 속, 남자와 남자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사회의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앤드류와 에릭. 그리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루게 된 가정, 그들의 소중한 지키고픈 어린 딸. 그들은 순수하고, 무고해보인다.

    영화는 묻는다.
    가까워지는 지구의 종말 앞에서, 너는 정말 무고한가.



    댓글

Designed by Tistory.